'괜찮아 사랑이야'

요즘 욕하며 보는 재미에 푹 빠진 드라마입니다.


욕을 하면서(도 굳이 계속) 보는 이유는..아마도.

대본과 연출의 부조화 + 넘치는 대사와 배우들의 소화 역량 부조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기에 더해...

여주인공보다 예쁜 남주인공 덕분에 매력을 잃어버린 여배우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계속 보는 이유 역시...여주인공보다 예쁜 남주인공....인듯 합니다..핥핥핥...)


이런 요소들 외에도 제 눈길을 끄는 것은..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인 정신과 상담 장면들입니다.


극 중에서 종합병원 펠로우로 일하는 지해수(공효진)의 경우 중증 환자와 상담하는 장면이 많지만


[사진 출처: 방송화면 캡쳐]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조동민(성동일)은 다소 경미한 수준의 환자들을 자주 만나죠.


[사진 출처: 방송화면 캡쳐]


하지만 후자의 경우도...

제가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정신과 상담과는 상당히 다르더군요.


그럼...실제로 경험하는 정신과 상담은 어떨까요?


드라마를 보다 문득 떠오른.

마집사의 정신상담의 추억을 살짝 끄적여볼까 합니다.


+

저의 개인적 경험과 주관적 판단에 의거한 글이니.

혹시라도 정신과 상담을 한 번 받아볼까 고민 중이신 분들은..살짝쿵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



1. 정신과, 어느 병원을 가야할까.


정신과라는 것이 그렇더군요. 사람들에게 '어떤 병원이 좋더냐'고 쉽게 물어볼 수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주위에 누가 정신과 상담을 갔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자연스레..

최근 방송이나 저서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여러 정신과 의사들을 떠올려봤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을 차례로 보았지요.


.....그 얼굴들 중에서 저의 실없는 얘기들을 그나마 잘 들어줄 것 얼굴을 가진 분으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기준으로 병원을 결정한 제가 바보같군요..;;;)


어쨌든 그 곳으로 결정을 하고 예약 문의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유명한 의사여서 그런지.

제가 전화를 한 시점에서 3주 이후에나 상담이 가능하며, 그 전에는 상담예약이 꽉 차있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갈 수 있는 날이어서 예약을 했습니다.


약간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3주를 보내고.

마침내 디-데이.


3주 전에 한 예약인데 그동안 예약 확인 문자 하나 없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어쨌든 예약 시간에 맞춰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2. 무례한 정신과 간호사와의 조우


오후 3시 예약이었고, 저는 3시 5분에 병원 문을 열었습니다. 

살짝 늦어 미안한 마음에 조심스레 들어가는데 제 눈에 대기 중인 환자 한 분이 보이더군요.

3시에는 당연히 저 혼자 예약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저는 약간 당황했답니다.

(저는 정신과 상담을 하러 가서 다른 환자분을 마주치게 될지는 몰랐거든요;;;)

그리고 절 더 당황하게 한 간호사의 한 마디.."누구세요?"

"3시에 예약한 마집사인데요.."


그러자..그 간호사분은 상당히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마집사님은 왜 그렇게 전화를 안받으세요?"


더욱 더 당황한 저는..

"전화하셨어요? 아무 전화도 안왔는데??"


간호사는 더 이상 대답이 없었고, 굉장히 화가 난듯 보였습니다.

인적사항을 적는 쪽지를 툭 건네더니..작성하고 대기실에 앉아있으랍니다.


그리고 이어지는..띠꺼운 말투와 표독스런 눈빛으로 내뱉은 의 한 마디.


"좀 기다리셔야 될거에요"

.

.

.

.

....도대체 제가 뭘 잘못한걸까요?


얼마 후에 조금 나이가 많아 보이는 간호사분이 그나마 설명해주시길.

예약날짜 하루 전에 예약 확인 전화를 하는데, 그때 전화를 안받으면 다른 분에게 기회를 드린다고 하더군요. 

제 예약은 월요일이어서 지난 토요일에 전화를 했었다구요.


진심 황당했습니다.


1. 우선 전화가 오지 않았고. (예약알림문자 따위도 오지 않았고)

2. 하루 전에 예약 확인 전화를 받지 않으면 예약이 취소된다는 사전 고지도 없었습니다.


어쨌든 오후 3시에 예약을 했던 저는

오지 않은 전화를 받지 못한 죄로..4시가 되어서야 정신과 의사를 조우할 수 있었습니다.


3. 니 문제가 뭔지 모르고 오면 상담 못해줍니다.


괜한 죄의식(오지 않은 전화를 받지 못한)에 사로잡힌채로 상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죠?"


보통 이비인후과나 내과에 찾아갔을 때 받는 질문인데..

정신과에서도 똑같은 질문을 던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 문제가 확실히 뭔지 모르는 저로서는 뭐라 답해야할지...;;

느낌표

그도 그럴 것이..사실 저는 병원에 가자마자 바로 상담을 하게 되는지 몰랐답니다.
심리검사지같은걸 작성하고 그 뒤에 만나는거 아닐까 했죠...;;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제가 모호한 대답을 하니

의사분은 매우 난감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저처럼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병원에 오면 상담이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이어진 15분 정도의 상담 역시 매우 피상적이고 모호하게 이어졌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여기 한 번 더 오는 것이 가치가 있을까하는 고민을 잠시 했지만.

어쨌든 이왕 시작한거 한번 더 해보자 싶어 다음 상담 예약을 잡았습니다.



4. 그리고, 통화 내역은 없었다.


며칠 뒤..일이 있어 우연히 통신사에 들른 김에 저는 통화내역을 혹시나하고 뽑아봤습니다.


지난 주에 병원에서 전화를 했는데 정말 전화가 울리지 않았던 것인지.

네트워크 이상으로 전화를 받지 못하면 알림문자 서비스가 오는데, 왜 안온것인지 확인차말이죠.


...확인해보니 병원 전화번호로 제게 걸려온 전화는 없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간호사가 제게 말한, 그녀가 전화했다는 날짜에..제게 걸려온 전화가 한통도 없었습니다.


??


황당했지만...뭐 그럴 수도 있겠지.

번호를 잘못 눌렀겠지..하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5. 두 번째 상담 전에도 예약 확인 전화는 오지 않았다.


일주일 뒤에 잡혀있던, 두 번째 상담 전에도..

병원에서 예약 확인 전화가 오지 않았습니다.


전화가 오지 않아 불안해진 마집사.

오늘도 혹시 나 모르게 상담이 취소될까 싶어서 예약 두 시간 전에 전화를 했죠..(-_-)


마집사: 오늘 예약도 확인 전화를 안하셔서, 오늘도 잘못되었나 싶어 전화드렸어요

간호사: 아..그냥 오시면 돼요~

.

.

.

뭥미..이 병원의 원칙은 무엇인걸까요..?


6. 환자의 프라이버시따위.


어쨌든

5시 30분 예약이었고, 저는 5시 30분 정각에 병원 문을 열었습니다.

오는 길에 차가 밀려서 급하게 도착한지라, 거의 뛰어들어가다시피 했죠.


하지만 들어서면서 보니, 오늘도 역시나 대기 중인 다른 환자들이 보였고..

간호사들은 병원에 들어서는 절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대기실 소파에 가서 앉으니까, 그제서야 제 이름을 물어보더군요.

 

옆에 대기하고 있는 다른 환자들이 있음에도 

저의 이름과 생년을 큰 소리로 확인하며 물어봤고, 

다소 황당했지만 대답해드렸습니다.


정신과 병원에서 프라이버시따위......원하는 내가 이상한 분위기...-_-;


그리고 또 기다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제가 예약한 시간은 한참 지나 있었고, 

저보다 먼저 와서 소파에서 대기하던 환자분이 상담실에 들어가는 동안 30분이 지났습니다.


참다못해 간호사에게 물었죠.


"여긴 한 타임에 몇명이 예약되어 있는거죠?"

"보통 2-3분 예약되어 있어요"

"그럼 상담 예약 시간 맞춰와도 다른 분들보다 늦게 들어오면 늦게 상담을 받는거네요?"

"그렇죠.."

"예약 시간이 5시 30분이라서 맞춰 오느라 조마조마하면서 왔는데, 좀 황당해서 그래요. 예약이 원래 그렇다고 설명도 안해주셨고.."

"아 네...의사선생님 상담이 언제 끝날지 몰라서..늦어질때도 있고 빨리 끝날때도 있고요..그래서 예약을 그렇게 잡거든요.."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것을 

'예약 시간에 맞춰서 상담이 이루어진다'고 이해했던 제가 우매했었나봅니다....

아님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예약제 운영의 정의가 바뀌기라도 한걸까요.

예약제로 운영되는 건 환자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착각이었습니다.


이 황당함에 더하여..

지난번 예약과 관련하여 통화 내역을 확인했던 사실을 떠올리자 여러모로 화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상태로 의사와의 상담이 시작되었지요.


7. 병원 운영 방침에 화가 난 환자를 대하는 정신과 의사의 태도에 대한 기록.


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화가 나면 왼쪽 가슴이 아프고, 몸이 떨릴 때가 있습니다. 

당시 상담이 시작될 때도..약간 그런 상태였죠.

차라리 잘됐구나..의사에게 나의 이런 증상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기분 어떠냐고 묻는 의사에게...

내가 지금 화가 좀 나있는 상태이고..왼쪽 가슴이 아프다고 설명했습니다.

왜 그렇게 화가 났냐고 묻길래..

오지않은 예약확인전화 사건+어이없는 예약제운영 방침+간호사의 태도문제를 이야기 했죠.


그 후 의사분이 제게 한 이야기의 요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환자분에게 무례했던 간호사는 안그래도 내가 요즘 벼르고 있었다. 혼을 낼거다.

2. 예약제는 포기한지 오래되었다. 6분이 예약되어 있으면 3분이 안온다. 10년동안 했으나 답이 없다.

3. 난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고싶은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상담을 적게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건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여러 변명과 디펜스를 듣다가..불쑥 튀어나온 저의 한마디.


마집사: 좀 무례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환자 입장에서..그런 병원 입장이 무슨 상관이죠?

의사: 그렇죠. 상관이 없겠죠. 그럼 원하시는게 뭐죠?

마집사: ......사과겠죠.

의사: 사과는 백번이라도 할 수 있어요.

.

.

.

.

.


대충 그런 식의..

답도 없고 의미도 없는 이야기들만 오갔습니다.


그리고 의사분이 하신 어이없는 한 마디.


의사: 영국에서도 병원 가시면 대기 시간이 길고 그런 일 겪으시잖아요?

마집사: 그건 예약제가 아닐 때이고..대기시간이 길 수 있다는걸 제가 미리 알고 있으니까 문제가 안되죠. 

     여긴 예약제잖아요?

.

.

.

 그 뒤엔 예약을 해놓고 오지 않는 환자들을 비난하더군요......;;



아니, 왜 그 뒷감당을...시간 맞춰온 환자들이 해야하는 걸까요?...

그 의사분이 대단한 현자라서, 알현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을 받게되는 것도 아닌데요...-.-;


정신과 의사가 직업인 그 분은....

제가 병원 예약제와 관련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순간..

제가 상담을 받으러 들어간 (유료)환자라는 사실을 이미 잊으신듯 했습니다.


예약제 운영은 힘들다 -> 그럼에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사과를 하라면 하겠다.


....의 이야기를 무한 반복했고, 그렇게 상담시간이 흘렀습니다.



도 답답해서....말미에 물었죠.


'지금도 저는 왼쪽 가슴이 아파요. 이런 증상이 정상적인건지. 치료가 필요한건지 묻고 싶어서 이런 얘길 꺼낸거에요'


그제서야 의사분은..

약간의 냉정을 찾고, 의사 모드로 약 5분간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

.

.

.

.

.


날 병원에 다녀와서 '이 사람 대체 뭐지' 싶은 생각에...이 분이 쓴 책을 사서 봤습니다.


'구체적으로 내 문제가 뭔지 안 상태로 병원에 찾아오는게 좋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구체성이 중요하다면.

(자기 문제가 구체적으로 뭔지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는게 의사의 역할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마지막 상담에서 저는 더는 구체적일 수 없는 저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의사 앞에서 완전히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사는 저를 환자로 대하며 저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데 몰두하더군요. 


적어도 제가 진료비를 내는 상담 시간이라는 걸 인지했다면.


병원 운영에 대한 얘기는 간단히 사과를 하고 넘어가고..

첫날 상담 내용과..첫날 상담이 끝난 뒤 작성했던 간단한 심리검사지, 그리고 두번째 상담의 제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주었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그렇게 저는 상담 비용을..병원 예약제 운영의 부침에 대한 의사의 변명을 듣는데 써버렸습니다.


8. 실제로 경험해본 유명의사의 정신과 상담이란.


마디로..아쉬웠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꽤나 큰 결심을 하고 내딛은 발걸음이었습니다만...

정신과 개인 상담..그것도 꽤 유명한 의사분의 실제 상담 과정을 눈으로 확인한 것 외에는 큰 소득이 없었습니다.


유명세 덕분일지, 실력 덕분일지.

당장 상담 예약이 힘들만큼 물밀듯 밀려오는 수많은 환자들 중 저는 하나일 뿐이었고.

예약제로 운영됨에도.

예약된 시간에 찾아가봐야 30분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중인 병원.


눈으로 확인한 환자와 의사, 환자와 간호사,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간의 권력구조.

그 중 환자는 가장 아래 레벨에 위치해있으니..환자의 기다림은 당연시되었습니다.


라이버시 문제(다른 환자와 마주치게되는)를 제기했을 때.

의사분은 제게 이런 얘길 하더군요.


심리상담소같은 곳은 1회에 15만원정도 받으면서 긴 호흡으로 상담받을 수 있는 곳인 반면,

정신과는 '인스턴트'식의 짧은 상담을 받는 곳이라구요.


저의 경우.

잠시 한국에 귀국해 있는 동안 1-2회정도밖에 상담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니

자기 선에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럼..한 번정도밖에 더 못온다고 말씀드렸던 첫날에 먼저 그렇게 얘길 하셨어야 되지 않을까요.

남은 시간동안 심리상담이나 받아보게 말입니다...;;


는 어쩌면.

알고보면 정말 별 것 아닌 정신과 상담을 두고..

바보처럼 갈까말까 고민을 몇년동안이나 했는지도 모릅니다.


더불어, 

당연한 얘기겠지만.

방송과 저서, SNS, 블로그 등에 드러난 이미지는..

직접 만나보기 전에 좋고 싫고 판단을 하지 말라는 진리를 또 한 번 깨달았죠.


다른 건 몰라도. 방송에 출연한 죄(?)로 환자가 몰린다면, 

그 유명세의 감당은 돈을 버는 병원과 의사가 져야지, 

예약제를 이용한 환자의 시간낭비로 돌리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으시다면.

당장 급하게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명확할 때 찾아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날 괴롭히는 문제가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면.

추상적이고 모호한 근원으로부터 스트레스/우울감을 느끼실땐..

전문적인 심리검사를 먼저 한 번 해보시는게 도움이 더 되지 않을까..싶습니다.


매번 3-5만원의 상담 비용을 내면서..15-20분씩 떠들다가 헤어지는 과정 속에서.

모호한 문제의 실체를 찾아내려면...상당히 많은 치료비를 지출하게 될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심리상담을 한 번에 받는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유명의사분 덕분에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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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어느 병원인지는 알려드리지 않습니다. 문의하지 마세요~